이마트24, 편의점 업계 처음 도입
지난 30일 찾은 서울 성수동 이마트24 본점에서는 오는 5일부터 시작하는 '야간 자판기 편의점'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밤 12시까지 근무한 편의점 직원이 매장 불을 끄고 퇴근하면, 매장 입구 쪽에 마련된 가로 2.4m짜리 대형 자동판매기 2대가 오전 6시까지 야간 영업을 담당한다.
자판기에는 도시락과 삼각김밥은 물론 콩나물과 삼겹살, 성인용품과 전자기기 등 편의점에서 잘 팔리는 160개 상품이 진열돼 있다. 카드와 현금으로 결제한다.
이마트24는 작년부터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 편의점 6곳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이 직접 상품 바코드를 찍어 결제하는 방식이라 이용이 불편했고, 도난 문제도 자주 발생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낮에는 유인(有人)으로, 밤에는 매장 입구의 대형 자판기로 영업을 계속하는 형태의 영업 방식을 개발했다. 이마트24는 올해 안에 70개 매장의 '야간 무인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30일 오전 서울 성동구에 있는 편의점 이마트24를 찾은 고객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왼쪽).
지난 30일 오전 서울 성동구에 있는 편의점 이마트24를 찾은 고객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왼쪽). 매장 직원이 퇴근하는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는 매장 한쪽에 설치된 대형 자판기 2대가 무인 영업을 계속한다(오른쪽). /김연정 객원기자·이마트24
무인점포를 비롯한 미래형 편의점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16.4%에 달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긴 인건비 부담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다.
◇야간 인건비 안 들이고 24시간 운영
이마트24는 대형 자판기가 인건비 부담으로 24시간 운영을 포기하는 가맹점주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달에 약 230만~250만원이 들었던 야간 직원의 인건비를 없애면서도 사실상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24는 자판기만 설치해 운영하는 매장도 도입한다.
김성영 이마트24 대표는 "5~6평 정도의 매장에서 무인으로 편의점을 운영할 수 있어 인건비와 임차료 부담이 줄어 편의점 진입 장벽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국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위원은 "편의점 4만2000개 시대에 점포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결국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전에 야간 영업을 무인화하는 점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스톱도 도시락·샌드위치 등 식품을 살 수 있는 자판기형 편의점을 고층 빌딩의 여러 층에 설치할 계획이다. 빌딩 1층에 있는 편의점까지 내려가기 번거로워 편의점 가기를 포기했던 고객들의 수요를 잡으려는 것이다.
전국에 5만5000개 넘는 편의점이 있는 편의점 왕국 일본에서는 패밀리마트가 10년 전부터 이런 자판기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생활 속에 들어온 미래형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작년 5월 세계 최초로 '정맥(靜脈)'으로 인증해 결제할 수 있는 편의점을 냈다. 손바닥 정맥 정보를 사전에 등록한 고객이 편의점에 있는 전용 단말기에 손바닥을 올려놓기만 해도 카드 결제가 된다.
사람마다 다른 정맥의 혈관 굵기나 선명도, 모양 등의 패턴을 이용해 사람을 판별하는 방식이다. 정맥 결제 시스템은 현재 세븐일레븐과 롯데마트 등 70여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CU는 매장에서 산 물건을 즉석에서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CU바이셀프'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에 CU바이셀프 앱을 설치한 뒤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고, 그 상품 진열대 옆에 부착된 QR 코드를 찍는다. 이후 계산원 앞에 줄 설 필요 없이 모바일 결제를 하고 나가면 끝이다.
일본에서는 2020년 'AI(인공지능) 편의점'이 문을 연다. 일본 정부는 편의점에 설치된 AI가 물건을 주문하고, 배달된 물건은 매장 내 로봇이 진열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오는 2025년부터는 일본 내 모든 편의점에 '셀프 계산대'가 투입된다. 미국 유통업체 아마존도 지난 1월 제품을 골라 매장 밖으로 걸어나오기만 하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를 만들었다.
홍성태 한양대 명예교수(경영학과)는 "임금 부담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AI 등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무인화된 미래형 매장이 자리 잡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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