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용 상무가 한우 자판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경기도 포천의 한 캠핑장. 코로나가 국내에 상륙하기 이전인 지난해 초 이 캠핑장에는 신기한 자판기가 등장했다. 캠핑장 주메뉴인 한우를 판매하는 자판기의 등장에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구경에 나섰다. 미처 육류를 구매하지 못한 캠핑족들은 한우 자판기에서 육회, 등심, 불고기 등을 구매해 맛을 본 후 엄지를 추켜세웠다.
태우그린푸드에서 출시한 한우 자판기는 일 매출 1,000만 원의 기염을 토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코로나가 심각단계로 격상되자 캠핑장이 셧다운 되면서 철수하긴 했지만 한우 자판기의 성공 가능성을 본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조규용 태우그린푸드 상무는 이 사건 이후 한우 유통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는 태우그린푸드의 한우 자판기 기획자로 샛별 배송과 같은 높은 유통비용을 지불하는 유통 구조는 조만간 막을 내릴 것이라고 점쳤다. 조 상무는 정부의 복잡한 규제 문턱을 넘으면 한유 유통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아파트 입구에 한우 자판기가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365일 24시간 한우 구매가 가능하고 마트나 정육점까지 이동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잖아요. 그렇다고 품질과 위생이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자판기에서 실시간으로 체크되는 온도와 위생상태가 30분마다 데이터로 기록되고 식약처에 보고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장착돼 있죠. 유통 단계도 줄일 수 있어 오히려 더 신선한 고기를 맛볼 수 있고요.”
보통 한우 유통은 농가가 생산하면 도축장으로 이동하고 경매에 상장돼 육가공업체로 분산된다. 육가공업체에서는 전국에 분산된 정육점이나 지역 마트에 벌크 단위로 납품해 소비자에게 배송되는 식이다. 한우 자판기는 정육점이나 지역 마트로 가는 유통 단계를 절약하고, 육가공업체에서는 소량 스킨팩 포장 상품을 만들어 자판기를 관리한다. 정육점이나 마트에서 납품받는 벌크 단위 육류를 또다시 가공하는 단계가 줄어드는 셈이다.
“신선함으로 따지면 자판기 상품이 가장 좋다고 볼 수 있죠. 자판기 자체가 냉동고 역할을 할 수 있고 포장 기술의 발달로 유통기한 문제도 해결됐죠. 보통 스킨팩 포장 상품의 경우 45일을 유통기한으로 잡는데 자판기의 손익 분기점을 따져보면 10일 이내에 판매가 되지 않으면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여서 소비자들은 도축 된 후 최대한 신선한 고기를 맛볼 있는 겁니다.”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에 입점해 있는 한우 자판기는 수산업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수산물 시장에 한우 자판기가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수산시장 육류 판매점이 없는 점에 착안해 입점한 것이다. 수산업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상품은 육회다. 육류가공 업체에서 곧바로 직송돼 신선함이 보장돼서다.